[성명서] 2024년 한국의료 교각살우(矯角殺牛)의 해, 정부는 책임질 일만 남았다!
- 서울시관리자
- 2024.07.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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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서
2024년 한국의료 교각살우(矯角殺牛)의 해, 정부는 책임질 일만 남았다!
지난 8일 발표된 정부의 전공의 복귀 정책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이런 것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부가 뒤늦게 모든 전공의의 행정처분을 철회하고, 수련 특례 등을 제시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전공의 복귀 정책에 대한 또 다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만 가득할 뿐이다.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체계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하에 정부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는데, 전공의 사직 사태를 촉발한 것이 바로 정부라는 점에서 몹시 아이러니하다.
애초에 전공의 사직 금지, 진료유지 명령 등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초헌법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미 정부가 철회 방침을 밝혔다. 또한 수련 특례 등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바이탈과와 지방 전공의 수련 공백을 부추기는 최악의 정책이 될 것으로 엄청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 와서 정부가 지속적인 의료 개혁 운운하며 전공의 복귀 대책을 내놨지만, 그 속내는 교묘하기 이를 데 없다.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일자는 6월 4일 사직금지명령 철회 선언 이후로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일례이다. 현 사태를 유발한 정부가 개별 사직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수련병원과 전공의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행태에 불과하다.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 역시 황당하기 그지 없다. 의대의 학기제를 학년제로 전환하고, 의대생들의 유급 판단 시기 역시 내년 2월 말로 연기하는 등 한마디로 엉망진창인 가이드라인을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내놓았다. 결론적으로 현 사태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 무리한 의대 증원과 전문가들과 상의 없이 정부 마음대로 내놓은 각종 정책 등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책이 결여되어 있다.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인 대책을 접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황당무계한 2,000명 의대증원과 설익은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발표 등으로 비롯된 본 사태는 세계적으로 칭송 받던 대한민국 의료를 한 번에 망친 놀라운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본회는 무작정 의사 수를 늘리는 방안으로는 의료기관 종별, 지역별 의사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누차 지적해왔다. 정부가 9.4 의·정합의를 이행하고, 의대정원 문제를 의정협의체에서 원점부터 성실히 논의했더라면, 정부와 정치권이 포퓰리즘 행보를 거두고, 의료 행위료 현실화와 적극적인 재정지원, 사법리스크 완화 등 정공법(正攻法)을 썼더라면, 지금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 최고라고 자타가 공인한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과 의학교육 시스템이 모두 망가졌다.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이 정부에 있다는 오만이 작금의 혼란을 낳았다. 그에 따른 결과 역시 정부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의료계와 전공의, 의대생이 내세운 요구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제 곧 도미노식 의료붕괴로 인해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임을 사전에 강력히 경고한다.
2024. 7. 12.
서울특별시의사회